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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커맨더 킬라시 사가

와신상담 2008. 12. 14. 14:11
(2007/04/28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

윙커맨더라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교 4, 5학년 때였다. 그 때 즐겨보던 '학생과학'이란 잡지가 있었는데 그 부록으로 '컴퓨터랜드'란 것을 주었었다. 거기 나온 소개글을 읽고 알게 되었지만 그 게임을 직접 접할 기회는 없었기 때문에(그 땐 내 컴퓨터도 없었다), '장례식 장면이 나오는' 스크린샷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을 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 윙커맨더 1의 장례식 장면 -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얼마 전에 내 컴퓨터를 갖게 되었지만, 게임을 사서할 생각은 꿈도 못 꿨고, 컴퓨터 살 때 끼워준 데모 시디만 간간이 했었다. 그러다가 게임 잡지를 사면 (좀 오래된) 정품 시디를 껴주는 걸 보고 종종 사서 해보곤 했다. 그 때 한 잡지에서 윙커맨더 1, 2 합본 시디를 부록으로 줘서 마침내 윙커맨더를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허나 그 때 벌써 몇 년 지난 게임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내 최신(?) 컴퓨터에서 돌리니 게임 속도가 너무 빨랐다. 다행히 시디 안에 moslo라는 유틸이 있어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그래도 윙커맨더 1은 너무 빨라 도저히 플레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좀 아쉽지만 1은 건너뛰고 윙커맨더 2를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내가 해본 게임이라곤 고인돌, 보글보글 등의 간단한 아케이드가 전부였는데, 처음으로 접한 대작인 윙커맨더 2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질리지 않는 미션 구성, 게임 중간 중간에 나오는 영화 같은(더구나 미션 결과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스토리 라인, 그리고 섬세한 그래픽(지금 보면 우습겠지만, 상당히 정교하다. 특히 인물의 표정 변화가 잘 표현됐다), 웅장한 사운드... 특히 윙커맨더 2는 음성 지원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인상적이어서 오프닝에 나오는 대사 일부는 아예 외울 정도였다.

- 윙커맨더 2 오프닝에 등장하는 Prince Thrakhath -

변변한 매뉴얼도 없었고, 영어의 압박도 있었지만 꾸준히 영어 사전을 찾아가며 플레이할 수 있었던 건 물론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당시 야자를 했기 때문에 주말에만 틈틈히 플레이해서 마침내 엔딩까지 보게 되었다. 게다가 중간 중간에 영어 사전을 찾아본 덕분으로 몇 가지 단어들도 쉽게 외울 수 있었다. 게임 중 자주 나왔던 단어로는 dismiss, affirmative, ape, nail... 등등, 또 아무래도 전쟁물이었기 때문에 admiral, colonel 등의 계급에 관한 용어도 많이 나왔다.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기 전에 Terran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도 윙커맨더 덕이었다.

그렇게 윙커맨더를 플레이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요즘은 거의 PC 게임을 하지 않았는데 며칠 전 갑자기 윙커맨더가 떠올랐다. 이제 와서 그 고전 게임을 돌리긴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가능하면 윙커맨더 최신작을 찾아보려 했다. 5편인 프로퍼시도 10년 가까이 되어서 고민하던 차에 윙커맨더 제작자인 크리스 로버츠가 참여한 스타랜서와 프리랜서란 걸 알게 되었다. 프리랜서가 더 최근작이었기 때문에 한 번 플레이해 봤지만 아무래도 예전 윙커맨더 느낌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검색하던 중에 '윙커맨더 킬라시 사가(Wing Commander Kilrathi Saga)'를 찾게 된 것이다! 윙커맨더 1~3편을 윈도 95용으로 포팅한 것이었는데, 그럼 XP에서도 돌아갈 것이 아닌가! 더구나 예전에 못했었던 1편까지 다시 할 수 있다니... 당장 킬라시 사가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고, 마침내 5장의 시디 이미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 1편부터 윙커맨더 시리즈를 클리어하리라! 서둘러 설치를 마치고(1, 2편은 워낙 용량이 작기도 했다) 플레이를 시작했다.

- 킬라시 사가 -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화면이 풀스크린으로 나오지 않고 모니터 중앙의 50% 정도로만 나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해상도가 너무 높은 탓인 듯해서 낮춰보려 했는데 이런! 해상도가 800*600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역시 XP에서 돌리긴 무린가... 하지만 VMWare가 있다! 윙커맨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면 VMWare에 윈도우98을 설치하는 수고 정도는 할 수 있었다.

VMWare에 윈98 설치를 마친 후, VMWare Tools도 설치해서 그래픽과 사운드를 잡아주었다. 그리고 돌려보았더니 잘 된다! 드디어 윙커맨더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 VMWare에서 돌린 윙커맨더 1 -

- 윙커맨더 1의 게임 화면 -


고전적인 그래픽! 너무 멋지다! 사운드도 멋지고! 이제 1편부터 차례로 공략해 나가려고 한다. 지금은 미션 3개를 끝낸 상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게임 도중에 자꾸 작업 전환이 되서 윈도우 바탕화면으로 나가버린다. 원인은 찾았다. 공중전 도중에 마우스를 마구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마우스 포인터가 윙커맨더 화면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 여러 번 클리하면 바탕화면으로 바뀌어 버린다. 게임이 종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작업 표시줄에서 클릭하면 계속 플레이 할 수 있긴 하지만 영 불편하다. 한참 공중전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가버려서 몰입도도 떨어지고... 이것 저것 해봤으나 아직 해결은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윈도우95를 설치해보려 한다. 그래도 안되면 그냥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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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커맨더를 검색하던 중에 '윙커맨더 사가'라는 것을 발견했다. 프리 스페이스 2의 팬 프로젝트로 일종의 리메이크라 할 수 있다.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나 데모는 나와 있다. 다운 받아 해봤는데 상당한 수준이다. 나중에 완성작이 나오면 한 번 해봐야 겠다. 하지만 지금은 오리지날 윙커맨더를 클리어하는 게 먼저다..

- 윙커맨더 사가 -

윙커맨더 사가 사이트 : http://www.wcsaga.com/